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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서 소프트웨어 회사가 살기 힘든 이유

IT산책

우리나라 소프트웨어 업체의 현실입니다.
이러한 현실에서 과연 우리나라 소프트웨어 업계에서 계속 일을 해야 하나...
특히 중소기업 아니 벤쳐기업이라 불리는 작은 회사에서 계속 일을 할 수 있을까? 하는 의심이 듭니다.

한 공공기관이 있습니다.
예산을 대략 5억원 정도 설정하여 IT 프로젝트를 진행하려고 합니다.
그래서, 각 업체들을 모아놓고 자기들이 원하는 프로젝트의 내용을 설명합니다.

내용은 대략 이렇습니다.


1. 도입 하드웨어 :  서버 10대, 스토리지, 각종 부가 장비
2. 도입 소프트웨어 : 전자결재, 검색엔진, 데이터베이스, 메일솔루션, 각종 부가 솔루션
3. 개발기간 : 대략 5~6개월

자세히 나열하고 싶지만 그렇게 하다보면 어느 기관의 어떤 사업인지 알 수 있기 때문에 차마 그렇게는 못하겠습니다.
각종 부가 솔루션에 사실 잡다한 솔루션들이 들어갑니다.

암튼 그래서 한 업체에서 모든 것을 소화하지 못하기 때문에 여러 벤더업체들이 뭉쳤습니다.
그마나 규모가 있는 업체가 주사업자가 되고 각종 솔루션회사, 중소SI 개발회사, 장비회사 들이 그 밑에서 일을 하게 되는 구조로 일단 세팅을 했습니다.

그럼 이제부터 가격을 맞춰야 합니다.
사업비가 5억원이지만 경쟁업체도 있으니 제안할 때 5억원을 다 제안하지 못합니다.
대략 4억 5천으로 제안을 하겠죠. 물론 경쟁사가 이 가격보다 더 낮은 금액을 써 내면 그 업체가 되는 겁니다.

일단 마지노를 4.5억으로 결정하고 각 업체별로 자기들의 마진을 고려하여 최대한 낮은 금액을 주사업자에게 제출합니다.
주사업자가 다 모아봅니다.
어라~~ 다 합치니 대략 5.5억원이 나옵니다. 이대론 사업을 진행하지 못 하겠죠? ^^;

주사업자가 각 업체들을 불러놓고 회의를 합니다.
사업을 수주하기 위해서 금액을 맞추자... 라고 명제를 던진 후
각 솔루션별로 금액을 깍아내기 시작합니다.
서로 의견 충돌이 있는 건 당연하겠죠.


솔루선 가격을 1억원으로 썼던 업체가 4천만원으로 다운되고 5천만원 썼던 업체가 2천만원으로 다운되고...
몇백만원짜리 솔루션도 나옵니다.
이렇게 솔루션별로 가격을 다운 시킵니다.

하드웨어는 어떨까요?
공공기관은 특정 장비를 사오라고 명시하지는 않습니다. 다만 CPU는 몇개, 메모리를 얼마.. 무슨 카드가 있어야 하고...
이런 식으로 적어서 줍니다.
그럼 장비업체가 맞추어 옵니다. HP로 할까? Sun 으로 할까?
그러나,, 이렇게 가격이 다운되다가 보면 HP도 아니고 Sun도 아니고 조립으로 납품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품질이요? 그런거 모릅니다. 일단 수주해야 되니까요....

소프트웨어 업체들도 처음에는 제품가 얼마에 인건비 얼마라서 최소한 얼마 이상은 받아야 된다고 고집합니다.
그러다가 나중에는 제품가는 0원으로 치고 최소한의 인권비를 줄테니 사업을 하자.. 라는 말을 듣게 됩니다.
그럼 어떻게 할까요?

그나마 사업꺼리가 있는 솔루션업체는 버티겠지만 그렇지 못한 업체는 울며겨자먹기로 제품가 없이 인건비만 받고 솔루션을 납품하게 됩니다.

몇억을 들여서 소프트웨어를 만들어도
몇년을 걸쳐서 제품을 만들어도 결국에는 제품가 0 원으로 모든 것이 귀결됩니다.
(물론, 모든 프로젝트가 그렇지는 않습니다. 오해 없으시길...)

우리나라에서 소프트웨어 업계를 살리겠다고 하지만 현실은 절대로 그렇지 않습니다.
공공기관에서 최저가 입찰을 때리고 있는 상황에서는 더욱 그렇습니다.
당연히 소프트웨어 업체들이 오래 버티지 못하고 금방 망하겠죠.

기술축적!!
이런 거 못하는 업체 수두룩 합니다. 월급 주기 바빠서 아무 사업이나 따와서 인건비 주기 바쁜데 어떻게 기술축적을 하겠습니까?
우리나라에서 소프트웨어 업체들이 발전하지 못하는 큰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이런 것들 입니다.

정부에서 이런 관행을 조금이라도 막아보겠다고 해서 내놓은 것이 소프트웨어 분리발주입니다.
그러나 아직 효과는 미비합니다.
기술이 아닌 가격이 모든 것을 결정하는 구조가 계속되는 한 우리나라 소프트웨어는 힘들다고 생각합니다.
정부에서 IT 관련 사업을 진행할 때 조금이라도 업계의 상태를 지켜보고 사업을 추진했으면 좋겠습니다.